*류현님(@fian5214) 선물♥
*둘다 성인, 동거 설정
오늘도, 반짝
일요일 아침이었다. 마츠카와가 창문을 열어둔 건지, 머리맡에서 눈으로 바로 바깥 빛이 쏟아졌다. 햇빛으로 피부 표면이 달구어진 느낌을 조금 더 감상하고 싶어 조금 뒤척였다. 정신은 말짱히 깨어있었지만 몸을 일으켜기는 싫은 느낌, 바로 그 느낌 말이다. 이불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방문을 넘었는지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 아, 맛층이 깨우러 오겠다. 누나 일어나기 싫어요, 하고 속으로 중얼거리며 잠든 척 다시 이불로 파고들었다.
"누나?"
"……."
"일어난거 다 아는데."
"……."
"어제, 아팠어요?"
한 가지 먼저 말해두어야 할 점은, 나는 연기를 못하는 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아주 잘하진 못하더라도, 자는 척이나 배부른 척이나 이런 사소한 거짓말들은 능숙하게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그러니까 여기 이 부분에서 내가 입꼬리를 실룩거린 것은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해 두고 싶다. 저것은 다 저 능구렁이 때문이다. 나는 반사적으로 움찔 했던 얼굴 근육을 돌이키기 위해 이를 앙다물었다. 뭐, 그가 그 작은 변화를 잽싸게 잡아채었으리라는 건 안 봐도 알고 있었다. 원래 그런 애잖아, 응.
"안 일어나면 어제 하던 거 마저 해요?"
"으응……. 졸려… 잘래……."
밤을 샌 것처럼 피곤한 얼굴로 찌뿌둥하게 웅얼거렸다. 나 오늘 밥 당번도 아니고, 아침 일찍 약속도 없고. 더군다나 오늘은 일요일인데! 눈을 감은 채로 소리 나는 쪽을 밀어내며 이마를 베게에 파묻었다. 왜인지 한숨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이불로 따뜻하게 덥혔던 어깨가 서늘해졌다. 난 아직 침대 매트리스와 물아일체의 경지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눈으로 직접 들어오는 햇빛이 부셔 실눈도 채 못뜬 상태였다. 아, 잠시만. 불안한데. 커다란 무언가가 다가오는 게 느껴졌다.
"저리…가……. 누나 조금만 더 잘게……."
"해 다 떴어. 겨울이라 해도 늦게 뜨는데."
쪽, 쪽, 쪽. 차마 서술하기도 낯부끄러운 소리가 방 안 공기를 울렸다. 어떻게든 막아 보려 다리를 버둥거렸지만 결과적으로는 본전도 못 찾은 꼴이 되었다. 내 이불을 빼앗겼으니까 말이다. 두 손으로 꼭 쥐고 있던 민무늬의 천은 손쉽게 그 한 손으로 넘어가고 말았다. 아 정말, 치사하게 이러기야? 마츠카와는 아무런 대답 없이 빙글거리며 계속 가까워졌다.
"아, 알았어. 알았어. 일어났어, 일어났으니까 옷 입게 저리 나가. 나 지금 아무것도 안 입었어."
"오."
"믿냐?"
바닥에 나뒹구는 옷가지들을 주워 다시 침대에 앉았다. 스타킹, 치마, 블라우스. 어제 나 옷도 안 갈아입고 뭐 한거야? 아, 응. 그렇구나. 나 어제……. 그랬구나. 오랜만의 토요일 자유시간이라면서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놀러다닌 게 생각났다. 술 엄청 먹어서 다 잊어버릴 줄 알았는데.
옷장을 열어 대충 트레이닝복 바지와 목이 늘어진 티셔츠를 꺼내고, 티셔츠에 머리를 집어넣었다. 흰 면에 살굿빛 얼룩이 눈에 띄었다. 그래, 화장도 안 지우고 잤구나. 오늘의 이불킥 챔피언상 드립니다.
"누나? 얼른 아침 먹으러 나와요. 늦장 부리면 다시 들어간다."
"아,아- 알았어. 가고 있어."
한바탕 뒤집어졌을 피부는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자꾸 축 처지는 눈꺼풀을 애써 들어올리며 의자를 당겨 앉았다. 토스트? 심했다. 내가 아침 당번일 때는 김밥 같은거 시키더니! 뚱한 표정으로 접시만 바라보고 있자 마츠카와가 입을 열었다. 왜, 맛 없어요? 나는 침묵으로 대답했다.
"……."
"삐졌어?"
"……아니거든."
"아, 어제 아팠구나. 말을 하지."
"아니거든!!"
그럼 뭐에요. 먹여줘? 됐거든. 나도 손 있네요. 그릇에 손을 뻗어 토스트를 집었다. 식빵 끝 부분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살짝 이빨로 베어 물었다. 왜인지 옆에서 아기새를 쳐다보는 어미새의 눈길이 느껴졌다. 밥 먹는데 왜 보고 있어. 너는 안 먹고. 고개를 돌려 마츠카와를 쳐다보고는 말했다. 나는 됐네요. 누나 먹는 것만 봐도 배불러.
"우리 맛층 이제 다 컸구나……."
"나 성인이거든요? 지금까지 애랑 동거하셨나봐. 경찰 아저씨, 여기 범죄자가……."
"… 내가 말을 말지."
흐응, 내가 애면 누나는 애기지. 마츠카와가 눈꼬리를 휘며 덧붙인 말 속에 가시가 보였다. 무슨 뜻이야? 맘대로 생각해요~ 마치 늘씬한 표범처럼, 그는 거실 소파로 여유롭게 도망쳤다.
"아, 맞아. 내가 아침 당번이었으니까 빨래는 누나 몫으로?"
그래, 잠깐 두근거렸던 내가 바보였다. 어떻게 이렇게 두근거릴 찰나도 주질 않니. 그래도, 그래도 너와 같이 사는 내가 알겠지. 네 멋진 구석을. 아직 발견하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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