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ul2

DREAM 2016. 1. 31. 23:49
모든 이야기는 한국의, 어떤 고등학교 교무실에서 시작되었다.

"한나야, 정말 교환학생 해볼 생각 없니? 넌 일본어도 잘 하고, 인맥도 쌓는 좋은 경험이 될 거야."
"선생님…. 저 생각해 주셔서 정말 감사한데, 아직 저희 학교에 완전히 적응한 것도 아니고- 제가 다른 곳에 가면 해이해질까 봐 그래요. 일본어를 그렇게 잘 하는 편도 아닌걸요."
"그래도, 이미 그쪽 학교랑은 절차를 다 밟았어. 일본에서도 교환학생으로 몇 명이 올 거고. '교환'학생이니만큼 우리 학교 학생도 가야 하는데 지원자가 없어서 그래."
"…조금 더 생각해 볼게요."
"잘 생각했어. 마음 정해지면 다시 오고."

문 앞까지 배웅하는 담임 선생님을 뒤로 하고, 교무실을 잽싸게 빠져나갔다. 아, 짜증나-하는 궁시렁거림은 속으로 삼키면서. 사실 그녀는 교환학생이나, 해외 봉사활동같은 대외 행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냥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 나오고, 별 탈 없이 졸업해서 괜찮은 직장을 얻는 게 그녀의 미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걸림돌이 나타날 줄이야! 선생님 말대로 -한국 교육과정에 있는- 일본어 성적은 뛰어났지만 원어민과 원활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잘 해낼 리가 만무했다. 머릿속으로 이리저리 계산하며 복도를 걸어가자, 곧 교실에 다다랐다. 달아오른 여름 햇살에 살짝 더운 습기가 손가락 사이사이에 가득 찼다.
축축하게 식은 손을 치마 언저리에 문지르며 의자를 뒤로 당겼다. 자리에 앉아 자매결연을 맺었다는 -그녀가 반강제로 가게 될- 학교의 팜플렛을 펼쳤다. 불친절하게도 한국어 해설은 없는 것 같았다. 고유명사로 보이는 영단어 몇 개를 차츰 읽어내려갔다.

"현립카라스노 고등학교…. 미야기 현에, 있고…."

그녀는 팜플렛의 중간 즈음에 눈을 멈추었다. 발리볼, 배구였지. "배구 강호 카라스노, 전국을 목표로!"라고 큼지막하게 써 있는 페이지에는 체육관과 -배구부로 보이는- 선수들의 단체사진이 있었다. 부원이 많은 듯 다수의 얼굴을 우겨넣은 사진들이 숱하게 이어졌다. 그렇구나, 배구 강호구나.
스포츠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기에 "날 좀 보라"고 외치는 듯한 배구 페이지를 넘겼다. 다른 페이지는 꾸미는 데 그렇게 공을 들이지 않은 듯했다. 팜플렛은 원래대로 접어 가방 한 구석에 우겨 넣었다.




*




"그래, 잘 생각했어. 어려운 거 있으면 바로 선생님한테 연락하고. 홈스테이 하는 집 주소는 알고 있지?"
"네. 공항버스 교통 노선도도 다 프린트했어요. 이제 가면…, 겨울방학 때 돌아오는 거죠?"
"응, 그렇지. 그래도 지내는 데엔 문제 없을 거야. 최대한 편하게 지낼 수 있게 했으니까."

감사합니다, 하고 덧붙인 뒤 쥐고 있던 캐리어 손잡이를 끌었다. 묵직한 감각이 팔을 타고 올라오는 듯 했다.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공항 바닥을 긁으며 울렸다. 준비할 게, 여권하고 티켓이랑… 입국심사도 있고. 도착하면 지하철 표도 끊어야지. 입술 거스러미를 물어뜯으면서 "준비할 많은 것들"을 생각하니 체크인하는 곳에 다다라 있었다. 아, 줄 길다. 입술에서는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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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다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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